[리틀포레스트 인(in) 시흥] 오랫동안 몰랐던 풍경, 어른들의 마음 움직이다 - 경인일보
- 작성자 최고관리자
- 등록일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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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율 걱정 속 시작한 '1004 나눔 챌린지'… 영화 같은 후원자와 첫 만남
말을 걸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재잘거렸다. 재잘거리는 아이의 입 사이로 까맣게 변한 이를 보았다.
어린이 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정왕동을 찾은 임병택 시흥시장이 정왕동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쏟게 된 '동기'는 까맣게 변해버린 아이의 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정왕동 초등학교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가 '보건교사 보강'일 만큼 아이들의 건강과 그에 직결된 돌봄은 관심이 필요했다.
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필요하다. 동기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아이의 까맣게 변한 이가 '동기'가 되었기에 인근 초등학교는 보건교사를 보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위해 보다 의미 있는 '행동'을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여건은 녹록지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대미문의 감염병까지 번져 아이들에게 도통 곳간의 열쇠를 열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시흥 어른들의 행동이 절실했다. 어른 한명 한명에 '동기'를 심어주어야 했다.
열세번째 이야기 - 행동에는 동기가 필요하다
시흥사랑아이사랑 나눔챌린지 1호 후원자가 된 임병택 시흥시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제공
올해 안에 100명만 모여도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시흥사랑아이사랑 나눔챌린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시흥 아이라는 동기를 만들어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응원하는 시흥 어른들의 행동을 모으기 위해 출발했다. 임 시장과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를 운영 중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머리를 맞댔다.
아이들의 현재-미래 응원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참가자 '릴레이 추천 방식'으로 첫발 내딛었지만
아동문제와의 접점 크지 않은 공업도시 '불안감'
나눔챌린지의 다른 이름은 '천사(1004) 프로젝트'다. 시흥 아이를 다 함께 키우는 시흥 어른 1004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후원을 시작한 시흥의 어른이 또 다른 어른을 추천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챌린지를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 첫 발을 내딛었지만, 사실 임 시장과 재단은 자신이 없었다. 속으로는 '100명만 모여도 소원이 없겠다'고 빌었다.
시화국가산업단지 등 수도권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시흥은 그간 아동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동주거빈곤지역 같은 오명을 쓴 이유도 아동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만큼 도시가 여유를 갖지 못해서다. 그래서 1004명의 키다리 아저씨를 모으는 일은 아주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흥시청 건물 벽면에 걸린 '유엔 아동친화도시' 인증서
가끔 영화는 현실에서도 만들어진다. 시흥 유력 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조금씩 릴레이를 이어가던 중, '궁금한 것은 못 참는' 행동파 후원자를 만나며 영화 같은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3호 후원자, 박홍구 (주)유성하이텍 대표는 오래된 시흥시민이다. 고향은 아니지만 오래 전 시흥에 뿌리 내려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시흥에서 사업을 하며 지역의 장애인, 노인을 위한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그런 박 대표는 사실 아동 후원은 처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시흥시기업인협회의 추천을 받아 난생처음 다른 아이를 돕기 위해 후원자가 됐고 나눔챌린지도 알게 됐다. 감사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처음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가 '행동파'인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장애인·노인 사회공헌활동 펼쳐오던 박홍구 대표
처음 추천받은 아동후원, 궁굼함 들어 현장 찾아
차량 사이로 뛰놓는 아이들 보고 심적 변화 느껴
직접 후원자 모집 앞장… '추진위원단'까지 발족
그는 궁금했다. 재단을 만나고 난 바로 그 주말, 아내와 함께 정왕동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를 찾았다. 좁은 골목길마다 빽빽하게 줄 세워진 자동차들과 그 사이를 뛰어노는 아이들을 만났다. 박 대표가 표현한 그대로 말하자면, 시흥에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전혀 몰랐던 풍경이 보았다고 했다.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도 했다.
시흥사랑아이사랑 나눔챌린지를 알리기 위해 시흥의 어른들이 '천사 추진위원단'을 발족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제공
의례적인 후원으로 그칠 뻔한 23호 후원자는 몸을 움직일 동기가 생겼다. 박 대표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열심히 알리고는 있지만, 후원자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던 나눔챌린지를 직접 발로 뛰며 알리겠다고 결심했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시흥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그렇게 '천사(1004)추진위원단'이 발족됐다. 시흥의 어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